태그: 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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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이유 없이 세계가 밉다. 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 달걀을 까먹는 호사를 누리다가도 정말, 이유 없이, 불운 없이도 증오가 급습한다. 이건 나를 세계로 내동댕이친 탄생이라는 근원적 사건에 대한 회의이다.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그렇기에 후회할 수도 없는–일이 어째서 모든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자존심이 상해서 견딜 수 없다. 애초에 ‘자존심’이란 것도 탄생의 덕에 생겨난 것임을 알면서도, 제 어미를 탓하는 딸처럼 부들부들 떨고야 만다. 이 굴욕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자살뿐이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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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산다 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근원은 무엇이고, 어떤 과정으로 정의되며, 그로부터 어떤 미래의 묘약을 제조해낼 수 있을까? 이것은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물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표현은 달라도 심장 뛰고 숨 내뱉는 인간이라면 궁금해했을 것이 자명하다. 특히 커튼을 열었는데도 햇빛이 비치지 않을 때, 책을 펼쳤는데도 글자가 보이지 않을 때, 혹은 사람을 사랑했는데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때, 그리하여 마침내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응답사서함으로……"라는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누구나,